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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은 건설폐기물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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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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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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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환경일보 전문입니다.

공사현장 불법 혼합배출 만연, 지자체는 팔짱
환경부, 정책 수립에 엉터리 통계자료 활용

폐기물 트럭.

▲해마다 엄청난 양의 건설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관심 부족과

관할 지자체의 지도감독 소홀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건설폐기물을 분리배출하고 가능한 재활용 해야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폐기물을 분류하지 않고 혼합폐기물로 배출해 매립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골재 외의 건설폐기물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통계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실현 의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환경부는 건설폐기물 배출 시 편리성을 위해 혼합건설폐기물로 분류·처리하는 사례를 최소화하고자 분리·배출 기준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건폐법)’ 개정안을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혼합폐기물이란 불연성(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콘크리트, 폐벽돌, 폐블록, 폐타일 및 폐도자기, 건설오니, 폐금속류, 폐유리)와 가연성(폐목재류, 폐합성수지, 폐섬유, 폐벽지), 기타(폐보드류, 폐판넬) 가운데 둘 이상이 혼합된 폐기물을 말한다. 아울러 혼합폐기물은 불연성폐기물을 제외한 건폐물 함유 중량이 5% 이하여야 한다.

법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생한 건설폐기물은 성상별, 종류별로 재활용, 소각 여부 등에 따라 분리해 흩날리거나 흘러내리지 않게 덮개 등을 설치해야 한다. 가연성폐기물 역시 재활용과 소각용을 분류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또한 폐기물의 발생일자 등을 기록한 ‘폐기물 임시 보관 표시판’을 현장에 설치해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대기업 건설사도 불법 배출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 조항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건설사들은 중간처리업체와 낮은 단가로 계약을 하고 이후 폐기물 처리를 감독하지 않거나 혼합폐기물 불법 배출을 방조 내지는 조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가 직접 취재한 불법 배출사례만 해도 여러 건이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 건설사들의 공사현장조차 건설폐기물을 아무렇게 방치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폐기물을 마구잡이로 배출하는 탓에 이를 기록한 반출대장 역시 허위이거나 부실하게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폐기물을 불법으로 혼합 배출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사 운영상 관리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아 공기에 쫓기느라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만을 늘어놨다.

또 다른 대기업 건설사는 본지의 취재로 불법 폐기물 배출이 드러나자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인정했으나 수개월 후 취재에서 여전히 불법 배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폐기물 배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불법배출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건설사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이를 지도·단속해야 할 지자체들의 안이함 때문이다. 관할 지자체들은 현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두둔하는 곳도 있었다.

폐기물 방치.
▲대형 건설사의 공사현장 역시 폐기물 분류는커녕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석고보드 재활용 고작 10%에 불과

건설폐기물 가운데 골재는 그나마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대부분 재활용되고 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혼합폐기물로 배출되고 있다. 일례로 석고보드는 성상별 분류가 어렵지 않음에도 현장에서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없어 대부분 버려지고 있다.

석고보드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드는데, 건축현장에서 나오는 폐석고보드를 수거하면 다시 석고보드로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아울러 시멘트 응결지원제나 토양개량제(비료), 축산용 깔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3개 업체에서 재활용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와 현장의 인식 부족과 관리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다른 폐건축자재와 함께 혼합폐기물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 재활용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폐석고보드는 연간 35~40만톤이 배출되고 있으나 재활용률은 불과 5~10%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나마 신축현장에서만 일부 재활용되고 있을 뿐, 훨씬 더 많은 양이 발생하는 재건축현장은 집계조차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신축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40만톤의 폐석고보드 가운데 약 80% 이상을 재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연간 136만톤이 발생하는 재건축 현장도 45% 이상 재활용한다. 이는 2000년대 20%에 머물던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일본 정부가 2006년에 석고보드 매립금지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1999년 발생한 매립처분장 황화수소 가스중독 사망사건이 있다. 후쿠오카현 찌쿠시노시의 안정형 매립처분장에서 근로자 3명이 황화수소가스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고 현장에는 석고보드, 폐타이어가 폐기물에 섞여 있었으며 이 물질이 근로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황화수소 발생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폐석고보드는 일산화탄소보다 10배 이상 오존층을 파괴하는 황산칼슘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유독가스로 근로자 사망

일본 후생성은 폐기물이 발생할 때부터 혼합된 상태이기 때문에 중간처리과정에서 완전한 선별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폐기물 배출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선별기술 개발 그리고 반입 폐기물에 대한 공적심사제도의 도입 및 강화 등에 대한 개선사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국내 폐기물 매립형태가 당시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재개발,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 건설폐기물 발생량이 꾸준히 늘어가는 상태에서 불법적인 건설폐기물 매립이 계속된다면 한국 역시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활용을 통해 자원절약은 물론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방법이 있음에도 국내 건설사들은 자원낭비와 함께 환경파괴, 사고 위험까지 있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라며 “특히 폐석고보드는 재활용을 통하면 혼합 배출보다 처리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음에도 인식 부족과 관리 부재로 불법처리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폐기물 보관.

▲건설폐기물 가운데 대부분이 혼합폐기물로 배출돼 재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환경부는 지자체가 제출한 엉터리 통계를 고집하고 있다.


환경부,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폐콘크리트의 하루 발생량은 11만4302톤이며 재활용량은 11만4256톤으로 99.9%가 재활용되고 있다. 폐아스콘 역시 발생량 3만2535톤 가운데 99.8%인 3만2499톤이 재활용되고 있다.

반면 폐보드류는 하루 155톤의 발생량 가운데 70%인 110톤이 재활용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재활용 실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폐보드류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분류하지 않고 혼합폐기물로 배출하기 때문에 실제 폐보드류 배출량과 비교해 극히 미미한 숫자만 통계에 잡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루 발생량 155톤을 365일로 환산하면 5만6575톤에 불과해 국내 석고보드의 연간 생산량인 150만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양만 통계에 잡히고 있다. 이는 지자체가 제출한 엉터리 통계를 환경부가 그대로 수용해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자원과는 실적 좋은 골재만
나머지는 2개 부서로 분산
통합적 관리 불가능한 구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데는 지자체의 관리 부재와 함께 환경부의 안이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재활용을 촉진하고자 법을 만들었지만 골재 재활용 실적을 홍보하는데만 신경을 쏟을 뿐, 다른 폐기물이 얼마나 재활용되는지는 관심이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같은 건설폐기물재활용촉진법 대상이면서도 골재는 폐자원관리과에서 담당하지만 나머지 건설폐기물은 자원순환정책과와 자원재활용과 등에서 나눠 맡고 있어 통합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로 환경부가 관심을 쏟는 골재 외 건설폐기물의 발생량과 재활용량에 대해 물었지만 부서별로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까지 연출했으며 특히 “보드는 재활용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서슴지않는 담당자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실태를 파악하고 지자체를 독려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재활용률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폐석고보드 매립을 금지하는 등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2년 4월 4일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